이 책을 간단하게 평하자면
1. 안중근의 호칭은 의사(義士)가 아니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
2. 둘째 아들 준생의 행적에 대한 글(변명인지 이유인지 비판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호칭은 중요한 것이다. 「안중근평전」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이런 주장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장군이라함은 공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고 의사라 함은 의로운 개인이다. 우리는 이토 저격을 어떻게 봐야할까? 안중근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특파독립대장'이다. 따라서 저격은 작전이고 이는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국인으로서 적을 사살한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안중근 본인과 이 책의 저자들의 생각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계속되는 질문이 있었다. 무엇이 안중근을 군인으로 인정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분명 그분이 의병 지휘자로서 독립의병을 통솔하며 전투를 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군인이라하면 국가의 임명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무엇인가 이것이 질문이었고, 그 답 또한 안중근이 재판소에서 직접 하였다. 1907년 이토에 의해 고종황제가 강제 퇴위 당할 때, 나라의 위급 존망을 보면서 두손 놓고 있는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니라고 한 조칙을 의병 궐기의 명이라 생각했다는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안중근 의사가 아닌 안중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미에 동감하며 앞으로는 안중근 장군이라 호칭을 고치려 한다.
둘째 아들의 행동이 이 책의 제목을 결정지은 것이라고 본다. 둘째 아들의 행동은 아버지의 업적을 부정하는 행동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인간적으로 이해는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안중근의 아들이기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생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절한 시간의 연속, 임시정부의 상해 탈출 실패 등에서 오는 배신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두둔할 수는 없다. 이것은 그 당시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광복후 준생은 김구를 세차레나 찾아갔지만 면담은 거절당했었다.(안중근 평전 발췌 내용) 받아줄 수 없는 것인건 분명하다. 이것은 결국 친일파 문제로 이어지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한 한국 사회가 계속 떠 안아야 할 짐이다. 그래서 난 이승만을 개새끼라고 부른다.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진짜 우리 사회에 이런 짐을 떠 안긴 원흉은 일본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 시대의 일본과 일본인들. 과거에 대해 최대한 부정하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일본인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장 큰 원흉은 우리 내부에 있지 않다. 원인 제공자는 바다 밖 섬나라다.
이 책에서 좀 부족하다 느끼는 것은 안장군의 유족중 둘째 아들의 이야기만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자칫 안장군의 유족들 모두가 그런 어려운 처지에 굴복한 듯 여겨질 수도 있다. 안장군의 형제와 친척들 많은 수가 다양한 형태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짧은 글이지만 안장군의 동양평화론이 어떤 것인지 「안중근평전」보다 간결하게 알려준다. 물론 자세히 알고 싶으면 평전에 나오는 미완의 원고를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 부분은 1900년대 초반의 국제 정세와 정황, 그 당시 사람들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않으면 약간의 오해를 할 여지가 충분히 있기에 그런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 책으로 처음에는 접근하는 것이 낫다.
나도 내가 왜 많은 독립운동가 중에서 안중근 장군에 대해 유독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내 직업상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후대에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이런 관심에 대해 스스로 매우 만족하고 있다. 안장군 개인적인 관심이나 그 분 개인의 위대함에 대한 생각 이상의 어떤 것, 나의 근현대사에 대한 바른 이해와 관심의 실마리가 바로 안장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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